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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운님

@Furuya_829

기다림의 결말​

​나루토&히나타&사쿠라

현대AU

늘 아래로 재로 뒤덮인 하얀 솜덩어리가 하나 둘씩 뭉쳐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주룩주룩 비를 흘려 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비 소식에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각색의 우산을 쓰고 비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사람들 틈 사이에서

나루토는 우산도 없이 홀로 비를 맞으며 묵묵히 걸어갔다. 나루토의 표정은 몹시 씁쓸해보였고 힘은 쭉 빠진 채 오직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비가 자꾸 흘러내리는 탓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나루토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점 몸이 축축해지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냥, 이렇게 맞고 싶었다.

이 비를 맞으면 이 쓰디쓴 감정이 씻겨 내려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미안하다고 말한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며칠 전의 일이었지만 나루토는 이 일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을 가득 담았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에게는 더없이 잔인했지만 이렇게

말해주어야 그가 상처를 덜 받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힘겹게 말을 꺼낸 그녀의 눈물 흘리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을 본 나루토는 이미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거절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왔던 사람이 있었고 지금은 마침내 그 사람과 연인관계를 맺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환한 햇살 아래로 꽃피운 벚꽃 같은 사람이었다. 곁에 있으면 절로 웃음이 피어나오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루토는 줄곧 그 사람의 옆에 서있었다. 소꿉친구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항상 그 사람 곁에서 그녀를 지켜왔다. 그녀의 초등학교 친구이자 동시에 나루토의 친구이자 라이벌이기도 했던 우치하 사스케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자신에게 고백 했을 때도, 어떻게 해야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 상담을 부탁했을 때도,

기나긴 짝사랑 때문에 괴로워 울었을 때도, 나루토는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었다.

 

아마 그 사람은 몰랐을 것이다. 함께 했던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어떤 마음으로 당신을 지켜보았는지.

 

그녀를 아주 어릴 적부터 좋아해왔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쭉 좋아해왔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녀가 나를

바라봐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그녀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아닌 사스케를 좋아했고 늘 내 앞에서 사스케의 이야기를 꺼내며 해사하게 웃었던 그녀 앞에서 차마 나의 마음을 말할 수 없었다. 말하면 더 이상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 버릴 것이 무서웠기에 끝까지 감정을 숨겼다.

그저 소꿉친구란 타이틀로 그녀의 곁에 있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하하..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니깐.”

 

하지만 나루토는 그 감정을 끝까지 숨기지 못했다. 이상하게 감정을 숨기고 그녀를 마주하기가 힘들어졌고 저도 모르게

그녀를 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으며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은 여전했고 결국 우중충하게 흐린 하늘 아래서 나루토는 뒤늦게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거절당할 걸 알고 있었음에도 고백했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차였다.

 

 

하지만 홀가분했다. 그녀에게 거절당해 슬펐지만 속이 후련했다. 그저 한동안 알지 못했던 내 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사스케를 사랑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 때문에 나를 받아줄 수 없는 이런 나 자신이 너무 밉다고. 정말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반복하며 우는 그녀를 다독여줄 뿐이었다. 넌 잘못 없다고. 내가 멋대로 널 좋아해서 이렇게 된 거라고.

 

‘나 같은 걸 좋아해줘서 고마워.’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루토를 꼭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움 안김에 나루토는 당황했지만 이내 슬픈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허리에 자신의 팔을 감았다. 그녀는 여전히 따뜻했다. 따뜻한 봄날의 햇살처럼 포근했다.

그렇게 잠시, 아주 잠시 동안 그녀에게 안겼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나루토는 자신의 첫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를 빛나게 해주었던 금발은 이미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밝고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던 나루토의 오렌지색 바람막이 점퍼역시 생기를 잃고

축 늘어져 있었고 무릎이 찢어진 검은 바지는 빗물을 먹은 탓에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몸에서 점점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루토는 빗물로 가득 찬 길 위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빗물로 축축하게 젖은 눈가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붕대로 친친 감긴 오른손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눈가를 닦은 나루토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나루토는 자신의 머리 위로 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챘다. 대신 빗소리가 춤을 추듯이 퐁 퐁

두들기며 튕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위에서 우중충한 회색빛 대신 보랏빛 하늘이 나타났다.

나루토는 멍하니 고개를 위로 들었다. 자세히 보니 나루토가 생각했던 보랏빛 하늘은 나루토의 머리를 보호해주고 있는

연보라색 우산이었다. 그제야 누군가가 자신에게 우산을 씌어주었다는 것을 안 나루토는 몸을 틀어 뒤를 보았다.

 

나루토의 어깨 정도의 키를 가진 사람이 긴장한 채 우산을 나루토 쪽으로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바람에 그 사람의

등판은 다 젖어가고 있었지만 그 사람은 이에 상관하지 않고 여전히 나루토에게 우산을 씌어주고 있었다.

빗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던 나루토는 우산을 씌어준 사람이 누군지 자세히 보려고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아..”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나루토의 몸이 우산의 주인에게로 넘어간 건 순식간이었다.

나루토의 고개가 그 사람의 어깨에 걸쳐진 채 나루토는 엉거주춤하게 그 사람에게 안겨진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에 크게 당황한 우산의 주인은 그만 자신의 우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떡해! 괜찮아?”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아, 이분. 여성이셨구나.

 

내가 미쳤구나. 누가 보면 여자를 덮치려는 치한으로 오해하겠다.

정신 차려, 우즈마치 나루토.

어서 일어나란 말이야....

 

‘그런데 이 목소리...’

 

왠지 낯이 익는데. 어디서 들어봤더라. 나루토는 의식을 잃어가면서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려 애썼다.

분명히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였다.

 

‘나루토 군! 이거 먹을래?’

‘공부 열심히 해! 나루토 군!’

‘....기다릴게.’

 

기다릴게...? 뭘 기다리겠다는 거야? 앞에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

 

한편 여자는 어떻게든 그를 일으키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루토는 오히려 여자의 어깨에 머리를 묻을 뿐이었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여자는 그의 넓은 등을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

 

“아..”

 

자신을 안아주는 손길을 느낀 나루토는 그 순간 며칠 전 자신을 끌어안아주었던 그녀의 포옹을 떠올렸다. 이 포옹이 그녀가 안아준 포옹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번만이라도 그때의 시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그 포옹은 두 번 다시 올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루토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여자를 꼭 끌어안았다.

 

“사쿠라..”

 

이 말을 끝으로 나루토는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_Naruto Fan Fiction

Uzumaki Naruto × Hyuga Hinata

 

 

_기다림의 결말

 

by. 妖雲

 

 

 

 

“으....”

 

지끈거리는 머리가 나루토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어제 비를 너무 많이 맞은 탓일까. 온몸이 뜨거웠다.

그래도 여차여차해서 자취방에 잘 들어갔다고 생각하려던 나루토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잠깐만. 근데 내가 집에 언제 들어왔었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힘겹게 눈을 떠보면 낯선 천장이 나루토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여긴 내 자취방이 아니야.

나루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 나루토의 이마에서 하얀 물수건이 툭 떨어졌다. 떨어진 물수건을 주운 나루토는

서둘러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을 살폈다. 나루토는 조금 작은 치수의 옷과 모르는 체육복 바지가 입혀진 채로 침대 위에서 보라색 이불이 덮여진 채 누워 있었다.

 

“보라색..”

 

보랏빛 하늘.

연보랏빛 우산.

 

그제야 나루토는 자신이 비를 맞으며 홀로 걷다가 자신에게 우산을 씌어준 누군가에게 안긴 채 기절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나루토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민폐짓을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가 어딜까? 내가 얼마나 여기에 누워있었던 거지?

 

“으아..빠, 빨리 나가야 한다니깐!”

 

어지러운 머리를 애써 무시한 채 벽을 짚으며 다급히 현관을 찾았다. 현관에 놓인 자신의 신발을 발견한 나루토는 얼른

아무렇게나 구겨 신곤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으로 나가면 여전히 우중충한 하늘이 나루토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쏟아지는 비도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어, 여긴...”

 

이곳은 나루토도 잘 아는 장소였다. 대학 상가 뒤에 위치한 원룸들이 즐비해 있는 장소.

그럼 저 집의 주인은..나랑 같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란 소린데?

 

“나루토 군!”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루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옷차림이 말이 아닌 상태였으니까. 당황한 나루토는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멍청하게 서있었다. 그때 머리 위로 보라색 우산이 그의 머리를 감싸주었다.

 

“몸살도 걸려서 많이 아픈데 밖으로 나오면 어떡해! 자, 어서 다시 들어가자. 응?”

 

나루토의 팔뚝을 잡아끌며 다시 집 안으로 데리고 가려는 그녀를 발견한 나루토는 그제야 자신이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기억해냈다. 칠흑같이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 우산 색깔과 같은 연보랏빛 눈, 뭔가 사쿠라와 닮은 것 같은 눈매를 가진 그녀는 바로 나루토와 같은 대학 동기였던 휴우가 히나타였다.

 

 

 

 

*

*

*

 

결국 나루토는 히나타의 손에 이끌려 다시 그녀의 집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빨간 담요에 둘러싸인 채 거실 겸 침실인

방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은 나루토는 아까 히나타가 약국에서 사온 감기약을 복용하고 물끄러미 부엌에서 보리차를 끓이는 히나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럼 아까 날 안아준 사람이..히나타였구나.’

 

히나타를 안으며 그녀의 품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쿠라를 떠올렸던 자신이 괜히 무안해졌다. 왜 사쿠라를 떠올렸지? 히나타의 품이 그때 안아주었던 사쿠라의 품만큼이나 따뜻해서? 설마..

 

나를 안아준 사람이 히나타가 아닌 사쿠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니야.”

 

나루토는 부정했다. 분명 나루토 본인은 자신의 첫사랑을 확실히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사쿠라와도 여전히

친한 누나처럼 지내기로 약속도 했다. 그런 내가 사쿠라를 떠올릴 리가 없어.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걸지도 모른다니깐.

그 왜, 무의식적으로 전여친이나 전남친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뇌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SNS에 떠도는 인사XX에서도 봤었다니깐. 아니,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냐니깐. 난 사쿠라를....

 

“나루토 군?”

“으, 어?”

 

홀로 생각에 잠기던 나루토는 언제 왔는지 히나타가 자신의 옆에 다가왔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밝게 웃음 지으며 나루토에게 김이 나오는 보리차가 담긴 컵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나루토의 옆에 앉은 히나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루토를 살폈다. 히나타의 오른손이 나루토의 이마 위에 살포시 덮여졌다. 그리고 그녀의 왼손은 그녀 자신의 이마 위로 가져갔다. 눈을 지그시 감으며 열을 체크하는 히나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루토는 가까운 거리에 괜히 헛기침을 하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히나타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얼굴을 붉힌 채 슬그머니 손을 내리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아! 가, 가까워서 많이 놀랐지..?”

“아, 아냐..뭘...”

“다행히 열은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아. 아깐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온몸이 불덩이여서 몸살이 많이 심해지면 어떡하나 했었다니까.”

“아..정말이냐니깐. 미안해, 히나타.”

“그래도, 2시간 쯤 이불 덮고 누워 있은 덕분인지 지금은 미열만 남아있는 것 같아.

여기서 좀 누워 있다가 집에 가, 나루토 군.”

 

히나타가 티끌 없이 맑게 웃으며 말했다. 이 웃음...약간 사쿠라를 닮은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았다.

나루토는 가만히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발갛게 달아오른 뺨을 드러내며 웃어주는

그녀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넌...

 

“안 물어봐?”

“응?”

“왜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 거냐니깐. 아까 내가 왜..너에게 기대고..그...그러니까..”

 

내가 왜 너에게 기대고 안아버린 건지. 갑자기 내게서 기대지고 안기는 바람에 너도 많이 놀라고 당황했을 텐데.

 

“기다릴 거니까.”

“응?”

“사실 나도 나루토 군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다 궁금했는걸. 아까의 그 일에 대해서도, 그리고 지금도.”

“......”

“예를 들면 나루토 군이 왜 날 ‘사쿠라’라고 불렀는지?”

“에엑?!”

 

히나타의 입에서 뜻밖의 말을 들은 나루토는 깜짝 놀랐다.

히나타..다 들었던 거야? 으아, 이러다간 히나타가 오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루토는 조마조마해졌다.

사쿠라는 그저 친구야. 아무 사이가 아니라니깐!!

 

어라? 근데 내가 왜 히나타의 앞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니깐.

 

“지금 나루토 군의 얼굴을 보면 무척 혼란스러워 보여.”

“아..그게..”

“억지로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나루토 군.”

“........”

“나중에 말해줘.”

“.......”

 

 

“기다릴게.”

 

 

 

 

아.

 

기억났어.

 

그때 히나타가 왜 기다리겠다고 말한 건지.

 

 

 

 

“나루토 군?!”

 

고개를 푹 숙이며 어깨를 덜덜 떠는 나루토의 행동에 크게 놀란 히나타는 황급히 나루토에게 달려갔다. 또다시 열이

오른 건가 싶어 테이블에 있던 체온계를 집어 들고 다시 나루토의 체온을 체크하려고 했다.

 

“나루토 군! 또 다시 아파? 체온 체크해줄게. 고개 한번만 들어보자. 응?”

“...히나타.”

“..왜 그래, 나루토 군...울어?”

 

나도 모르겠어. 지금 내가 왜 울고 있는 건지. 히나타의 부름에도 나루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자꾸만 흘러나오는 눈물을

삼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눈물은 폭포처럼 쉴새없이 쏟아졌다.

우즈마키 나루토. 너 왜 그러는 거야. 그만 좀 울으라고. 바보 같이 왜..!!

 

“!!!!”

 

이때 나루토의 눈앞에 히나타의 긴 머리카락이 나타났다. 그리고 덜덜 떨던 나루토의 어깨는 히나타의 두 손으로 인해

마치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처럼 부드럽고 천천히 달래지고 있었다. 나루토는 자신의 코끝을 히나타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 기대고 싶어졌다. 자신을 토닥여주는 히나타의 손길이 너무 따뜻하고 포근해서 더 안기고 싶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히나타의 허리를 감쌌다. 이에 잠시 놀란 듯했지만 히나타는 부드럽게 달래주며 나루토를 천천히 끌어안아주었다.

눈물 날 만큼 너무도 따뜻한 품에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나루토는 히나타의 품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신기하게도 아까의 상황 때처럼 이제 더 이상 사쿠라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품어왔던 첫사랑을

나루토는 이제야 비로소 완전히 마침표를 찍었다.

나루토는 잠시 히나타에게서 몸을 떼어 그녀의 걱정하는 얼굴을 보며 울먹이다 웃다를 반복했다.

 

아무것도 물어봐주지 않은 히나타가 고마웠다.

 

하고 싶은 말은 엄청 많았음에도 말하지 않고 나를 기다려주었던 그녀가 고마웠다.

 

이제야 완전히 후련하게 내려놓을 수 있게 해준 그녀가 고마웠다.

 

그리고...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그렇게 나루토와 히나타는 서로의 심장 고동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번외 : _기다림의 약속

 

 

 

6개월 전

 

언제였더라. 히나타가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며 자신을 불렀던 적이 있었다. 나의 시선을 피하고 붉게 물들은 뺨을

보이며 우물쭈물 말하려는 히나타를 보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 순간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잘못하다가는

히나타와 이도저도 아닌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다. 그래서 물어보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때의 난 아직 사쿠라를 마음에 두고 있었으니까.

 

“미안해, 히나타.”

“........”

“지금 너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 말 뿐이야.”

“........”

“사정이..있어서 그렇다니깐.”

 

그것이 나루토가 히나타에게 말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히나타가 마음 상해서 울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듯 히나타는 울지 않았다.

애써 의연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나루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헤에. 나루토 군에게도 고민이 있구나.”

“어? 어..그..그렇다니깐..”

“몰랐어. 나루토 군에겐 고민이나 걱정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루토 군. 항상 장난기 많고 밝잖아.”

“아하하하..그렇지! 내가 좀 고민 같은 거엔 거리감이 멀지?”

“응!”

 

이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킥킥 거리며 웃었다. 아까만 해도 분위기가 긴장되고 어색했었는데 그 때의 분위기를 까맣게

잊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에선 잠시 10분 동안 시시콜콜한 잡담을 이어나갔다.

 

“나 이제 슬슬 다음 수업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이노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아! 그렇구나. 괜히 나 때문에 시간 잡아먹은 거 아니냐니깐.”

“아냐, 오랜만에 나루토 군과 재밌게 대화해서 좋았어.”

 

히나타가 팔목에 걸려있던 에코백을 어깨 위로 고쳐 매며 말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서둘러 이노가 기다리고 있을

강의실로 뛰어가려던 히나타는 잠시 발을 멈추더니 다시 나루토에게 뒤를 돌아보았다.

뭐 잊어버렸나? 나루토가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나루토 군. 나와 약속하나 해줄래?”

“응?”

“...아까 내가 물어보려고 했던 거에 대한 거 말야.”

“....아.”

“나중에, 나루토 군의 사정이 다 해결되면.”

“........”

“그때가 되면 너에게 다시 한 번 더 물어봐도 될까?”

 

끝으로 갈수록 히나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루토는 잠시 목이 메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가 되면...그때가..정말 오긴 할까? 아직 확신할 순 없었다.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루토는 그녀와 약속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거절해버리면 히나타가 정말 울어버릴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으니까.

히나타의 눈가에 살짝 물방울이 맺힌 걸 보고 말았으니까.

 

“...응.”

“...기다릴게!!”

 

히나타는 눈가에서 약간 눈물이 맺힌 채 나루토를 향해 해사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화창한 날씨 아래로 연분홍빛 벚꽃비가 흩뿌려지던 어느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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