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릇님

@reutport

​너의 생일

​미나토&쿠시나&테우치

“미나토, 이건 어떻냐니깐?”

 

쿠시나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하늘색과 연두색의 두 가지 색 옷을 연거푸 들었다, 놓았다 하는 쿠시나의 표정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미나토가 웃음을 터뜨렸다. 쿠시나, 또 저런다. 준비는 다 된 것 같은데 뭐가 또 못 미더운가 했더니. 미나토의 웃음소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 쿠시나는 계속 심각한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옷가지들만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지만 쿠시나, 아기 옷은 벌써 잔뜩 사뒀잖아. 옷도, 신발도, 장난감도 다 있는데 뭐가 또 필요해?”

“그렇지만 나루토가 주황색을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떡해? 하늘색이나 연두색, 아니면 분홍색을 좋아할지도 모르잖아!”

“쿠시나, 진짜 괜찮아. 나루토는 쿠시나가 고른 옷이라면 무슨 색이든 좋아할 거고, 무엇보다 지금 이 옷들은

갓 태어난 아기한테 너무 커.”

“..미나토 말이 맞네. 나루토, 미안. 아빠는 똑똑한데 엄마가 바보라서.”

 

그제야 긴장이 풀린 쿠시나가 양손 가득 들고 있던 꾸러미를 내려놓고 미나토를 따라 배시시 웃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아,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은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니깐. 여러 가지 고민으로 과부하가 된 쿠시나의 이마에

부드러운 미나토의 손이 닿았다.

 

“나루토는 좋겠네, 이렇게 예쁜 엄마가 나루토만 챙겨줘서.”

“흐, 어쩐지 점점 겁이 난다니깐. 미코토는 물어봐도 웃으면서 아무 말도 안 해줘.

분명히 나 겁주는 거야, 안 아플 리가 없는데...”

 

미코토, 나도 무서워하는 게 있냐고 웃으면서 아무 말도 안 했었지. 그렇지만 모르는 것투성이라 무서운 걸 어떡해!

쿠시나가 이마에 얹어진 미나토의 손을 앞으로 당겨 제 두 손을 살포시 포갰다. 처음에 임신 소식을 알았을 때는 그저 제 안에 구미가 아닌 또 다른 것, 그것도 하나의 생명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기쁘기만 했던 쿠시나였다. 배에 손을 올려놓으면 느껴지는 태동도 신기했고, 타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의 한껏 부드러워진 태도도 구미를 담을 그릇으로만 취급되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분에 넘치는 행복 같았다. 미토 님, 쿠시나가 작게 속삭였다. 드디어 미토 님의 말씀처럼 제 안에 구미 이전에 사랑을 담았어요. 쿠시나가 손을 맞잡은 채로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미나토가 짐짓 미안함이 섞인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쿠시나 혼자만 고생하는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하네. 내가 뭐 더 도와줄 건 없을까?”

“미나토가 뭐가 미안해, 나 혼자만 고생하면 다행이지! 아, 그러면 가는 길에 토마토 하나만 사자니깐.”

“먹고 싶은 만큼 사자. 그런데 옛날에는 토마토 싫어하지 않았어? 요새는 부쩍 잘 먹네.”

“엄청 싫어했지. 입도 안 댔고. 지금은 좀 싫긴 해도 예전만큼은 아니라니깐.

미나토, 나 옛날에 왜 토마토 싫어했는지 기억해?”

“음, 우리 마을에 처음 왔을 때 같은 반 애들이 쿠시나가 새빨간 머리에 얼굴이 동그랗다고 토마토라고 놀렸었지.

예쁘기만 한데 말이야.”

 

우와, 미나토는 저런 낯간지러운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니깐. 왜 부끄러움은 자신의 몫인가, 쿠시나는 머리카락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의 열기를 가라앉히려 손으로 재빠르게 부채질을 했다. 미나토, 그때도 내 머리카락 엄청 예쁘다고 해줬었는데. 결혼한 지 꽤 됐는데도 아직도 애정 표현과 칭찬에 면역이 전혀 없는 쿠시나가 귀여워 미나토는 조용히

웃음을 삼켰다. 조금 진정이 되자 쿠시나가 말을 이어나갔다.

 

“맞아, 그래서 그땐 빨간 음식은 입도 안 댔었었다니깐.

피의 하바네로가 새빨간 토마토를 먹는다! 같은 식으로 놀림당하는 게 얼마나 짜증이 났었는지 몰라. 그래도,”

“미나토가 처음으로 내 머리카락이 예쁘다고 해줬으니깐, 그다음부터 빨간색이 그렇게 싫지 않아졌어.

그래서 이제 토마토도 먹을 수 있고!”

 

새삼 미나토가 내 그릇을 사랑으로 채워준 첫 번째 사람이라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쿠시나가 미나토를

꼭 끌어안았다. 뱃속에서 나루토도 꼬물꼬물, 작은 손발을 움직이며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 같았다.

한참이나 미나토의 품 안의 온기에 안겨있던 쿠시나가 푸, 숨을 내쉬고는 미나토의 허리에 손을 여전히 두른 채로 물었다.

 

“그런데 미나토, 갑자기 라멘 먹고 싶다고 하면 화낼 거야?”

“아니, 쿠시나가 먹고 싶다고 하면 먹어야지. 오랜만에 테우치 아저씨한테도 인사드리자. 쿠시나는 오늘도 시오 라멘?”

“아냐! 오늘은 왠지 미소 라멘이 먹고 싶다니깐.”

“그럼 그러자.”

 

미나토가 쿠시나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옛날에는 너무 튀어 놀림감이 되었던 새빨간 머리카락이 너무 싫었는데, 그 머리카락이 운명의 붉은 실처럼 저와 미나토를 이어줬다는 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나루토도

이 머리카락을 좋아해 줄 거라는 확신이 생겨 쿠시나는 미나토의 손을 꼭 끌어당겼다. 미나토와 나루토에게 둘러싸여 있는 지금만큼은 인주력으로서 오로지 혼자 견뎌내야 했던 수많은 것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다.

기분 좋은 초가을의 바람이 쿠시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스쳤다.

 

* * *

 

일락에 도착할 때까지 쿠시나는 쉴 새 없이 수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요새 부쩍 마을에서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인다든지, 미나토 없이 혼자 길을 나서면 꼭 누군가 짐을 들어준다든지,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만큼 차갑지 않아졌다는 둥 신이 난 목소리로 쿠시나가 떠들자 미나토도 좋은 일이라며 밝게 웃었다. 우리 둘의 아이가 살 마을은 지금의 마을보다

훨씬 평화롭고 살기 좋을 거야. 꿈만 같은 평화가 찾아올 미래의 이야기로 잔뜩 들떠 빨라진 둘의 발걸음이 어느새 일락에

다다랐다. 늘 오던 곳인데 갑자기 왜 긴장이 되는지, 쿠시나가 힘이 가득 들어간 목소리로 우렁차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잘 지내셨어요?”

“이게 누구야, 미나토랑 쿠시나 아니냐. 그렇잖아도 한동안 왜 안 오나 했지. 오늘은 뭐로 줄까?”

 

미나토와 쿠시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테우치가 환한 얼굴로 둘을 맞이했다. 솥에서 나오는 뜨거운 증기와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도 둘을 환영하는 것 같아 쿠시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뭇잎에서 미나토와 함께 꾸린 가정 외에 온기를 찾을 수 있는 장소를 고른다면 주저 없이 일락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쿠시나에게 테우치가 있는 일락은 특별한 장소였다. 내가 내 그릇에 담기로 선택한 사람이 미나토가 첫 번째라면, 테우치 아저씨가 두 번째일 거야. 미안하지만 나루토,

너는 아직 못 만났으니까 세 번째! 미나토도 활짝 웃으며 넉살 좋게 테우치의 인사를 받아쳤다.

 

“역시 이름으로 불러주시는 건 아저씨밖에 없네요. 호카게라는 호칭은 아직 저한텐 너무 거창해서.

오늘은 미소 라멘 2개요. 쿠시나가 라멘을 먹고 싶다고 해서 아저씨도 뵐 겸 저녁 먹으러 왔어요.”

“쿠시나가 웬일로 시오 라멘을 안 먹고?”

“저 요새 입에도 안 대던 토마토도 먹는다니깐요! 옛날엔 전혀 좋아하지도 않던 것들인데, 이상하죠.”

“본래 아이가 생기면 입맛이 종종 변하곤 한단다. 우리 집사람도 딸아이를 가졌을 때 그랬거든.

그건 그렇고, 그 맹랑하던 쿠시나가 이제 벌써 엄마가 된다니 왠지 감회가 새롭구나.”

 

내가 뭐가 어땠길래 다들 임신했다고 하니까 신기해하는 거냐니깐! 쿠시나가 볼멘소리로 작게 투덜대자 재밌다는 듯

테우치와 미나토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테우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도 인사하는 것처럼 아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쿠시나와 쿠시나의 부른 배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이 이름은 정했고?”

“네, 나루토라고 정했어요. 지라이야 선생님께서 쓰신 책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인데, 선생님께서는 졸작이라고 부끄러워하시지만 저희는 엄청 마음에 들어서요. 그 책의 주인공처럼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나루토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맞아요! 나루토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역시 그게 딱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니깐요!”

“나루토, 좋은 이름이구나. 굳이 연관 짓자면 우리 라멘에도 나루토가 잔뜩 들어가니까.

자, 미소 둘! 차슈는 특별히 서비스로 더 얹어줬다.”

“잘 먹겠습니다!”

 

미나토와 쿠시나가 라멘을 먹는 동안에도 테우치는 나루토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아내가 딸을 낳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아이가 점점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부모라는 역할에 무슨 책임을 느꼈는지, 아이가 얼마나 큰 기쁨을 주었는지 얘기하는 그에게서 둘을 향한 온전한 애정이 느껴졌다. 따뜻한 음식의 온기, 그리고

테우치의 친절과 정성이 쿠시나의 온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식사를 마친 후 미나토가 값을 치르려는데도 테우치는

완강하게 특별 접대를 한 것이니 돈은 받지 않겠다며 손을 저었다. 결국 테우치의 고집 아닌 고집에 못 이긴 미나토가

나루토가 태어나면 또 오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시나도 인사와 함께 일어나려고 했지만, 말이 입밖으로 잘 정리되어 나오지 않았다.

쿠시나가 계속 자리에서 서성거리고 입술을 우물대자 테우치가 무슨 일인지 궁금한 듯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아저씨. 드릴 말씀이 있는데..”

“음? 무슨 일인데 쿠시나가 이렇게 머뭇거릴까?”

“지금까지 멋대로 혼자 생각한 거지만, 그래도 꼭 말씀은 드리고 싶어서요.

우리 나루토가 태어나면, 혹시 이 아이를 대자처럼 여기고 예뻐해 주실 수 있나 해서,”

 

쿠시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마을에서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았을 때, 유일하게 아저씨만이 날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처음으로 기억하는 맛이 아저씨가 주신 시오 라멘일 정도로 그 친절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늘 감사드린다고 또박또박 말하고 싶었지만 생각만큼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갑자기 감정에 북받쳐 발음마저 뭉개지고 있으니. 쿠시나는 배에서 느껴지는 나루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미나토가 지라이야 선생님께 대부가 되어달라고 부탁드리긴 했지만, 저는 아저씨도 정말 좋고 존경하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변함없이 계셔주기도 했고, 아무리 미나토가 호카게라지만 제가 인주력인 만큼 아이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쿠시나, 고맙다. 네가 날 그렇게까지 생각할 줄은 미처 몰랐지 뭐냐. 당연하고 말고, 내 아들딸 같은 미나토와 쿠시나의 아이면 나한테는 손자 같은 아이 아니겠니.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다오.”

 

뒤죽박죽인 단어들에 앞선 마음마저 더해져 감사함도 제대로 전달도 못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서투름까지 이해하고 포용하는 테우치에게 무한한 존경과 정을 느낀 쿠시나가 테우치에게 다가가 그를 살짝 끌어안았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테우치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인자하게 쿠시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 격려를 표했다. 다음에는 나루토랑 같이 올게요! 테우치는 미나토와 쿠시나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세차게 흔들다가 둘이 사라진 후에도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드디어 이 세계에도 평화가 오는 날이 왔구나. 흐린 구름 속에 잠시 가려졌던 달이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거리를 비췄다.

 

* * *

 

라멘도 진짜 진짜 맛있었고 아저씨도 오랜만에 뵈어서 너무 좋았어. 쿠시나가 오른손을 배에 얹고 속삭이듯 말했다. 미나토도 쿠시나를 따라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리 나루토도 빨리 엄마 아빠랑 놀러 다녀야 할 텐데, 라며 낮은 목소리로

소곤댔다. 나루토? 라멘? 미나토의 말을 물끄러미 듣고 있던 쿠시나가 소스라치게 놀라 걸음을 멈췄다.

 

“미나토, 어떡하지?

내가 라멘을 너무 많이 먹어서 나루토도 채소를 안 좋아하고 라멘만 먹는 아이로 자라면 어떡하냐니깐?”

“쿠시나, 또 별걱정을 다 한다. 나랑 쿠시나가 옆에서 계속 봐줄 텐데.”

“그건 그렇지, 자꾸 이상한 걱정을 하게 되네. 어차피 나루토가 태어나면 테우치 아저씨한테도 인사드리러 가야 하고,

나루토도 이름처럼 라멘을 엄청 좋아할 것 같다니깐.”

 

나루토가 정말 이름 그대로 라멘을 좋아하면 그것도 웃기겠다. 나루토가 들어간 라멘을 좋아하는 나루토!

쿠시나가 혼자 조용히 킥킥대자 미나토가 부루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루토는 좋겠다, 엄마가 아빠보다 나루토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둘이서만 맨날 재밌는 얘기 해서 아빠는 서운하네.

아빠는 일 때문에 엄마랑 꼭 붙어 있을 시간도 별로 없는데 나루토가 엄마를 독차지해서 너무 부럽고 질투나."

“미안, 미나토. 그래도 요새는 빨리 나루토랑 만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무섭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너무 궁금해!”

 

쿠시나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언제나 나한테는 미나토가 첫 번째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루토한테 잠깐만 양보해줘. 나루토의 모습을 상상해보려고 해도 구체적인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미코토의 말에 의하면 갓 태어났을 때는 엄청 작고 빨갛기만 해서 누굴 닮았는지 잘 구분도 안 된다던데 왜 이렇게 호기심이 가시질 않는지, 쿠시나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미나토를 닮으면 노란 머리에 차분하고 똑똑한 아이가 될 것이고, 나를 닮으면 새빨간 머리에 천방지축 말썽꾸러기로

자라려나? 잠깐, 그러면 미나토랑 나를 반씩 닮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쿠시나가 이런 저런 생각의 늪에 빠져 있자 미나토도 잠시 고민을 하는 듯 눈을 굴리더니 넌지시 말을 꺼냈다.

 

“쿠시나를 더 닮았으면 좋겠네.

쿠시나의 예쁜 머리카락을 닮아도 좋고, 성격도 닮으면 좋을 것 같고, 또 귀여운 말투도 닮았으면 좋겠다니깐.”

“아니지, 날 닮으면 완전 단순한 바보일 거 아냐! 나루토는 미나토를 더 닮아야한다니깐.

근데 미나토, 지금 내 말투 놀린 거야?”

“아니야. 그렇지만 역시 나루토가 나보다 쿠시나를 더 많이 닮았으면 좋겠다니깐!”

 

미나토가 혀를 쏙 내밀고 농담이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미나토, 바보. 내가 말투 가지고 놀리는 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 평소 같았으면 저를 놀리고 저만치 껑충 뛰어간 미나토를 잡으러 갔을 테지만, 행복에 젖어 웃느라

온몸에 힘이 풀린 쿠시나가 그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미나토랑 둘만 있었을 때도 엄청나게 행복했지만,

이제 셋이 있어서 더 행복한 것 같아. 넘어진 쿠시나를 보고 놀란 미나토가 재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오자 쿠시나가 미나토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어떡하지 미나토, 우리 나루토가 있어서 너무 너무 행복해.

 

"나루토가 친구도 많이 사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또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니깐.

맞다, 생각해보니 미코토네 둘째도 우리 나루토랑 같은 나이니까 둘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미코토를 닮아서 엄청 예쁘게 생겼는데, 딸이 아니고 아들이래서 놀랐지 뭐야.”

"안 그래도 아까 쿠시나가 말한 것처럼 마을에 갓 태어난 아이들이 많이 보이더라. 전부 나루토 또래야,

미코토랑 후가쿠 씨네 아들도, 츠메 씨네 아들도. 또 얼마 전엔 시카쿠 씨랑 이노이치 씨네 아이들도 태어난 모양이더라.

나루토가 친구들이랑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응, 아무렴 누구 아들인데. 건강한 아이로 잘 자랄 거라니깐."

 

쿠시나가 이가 다 보일 정도로 크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전쟁을 모르는 세대들이 태어나는구나. 마을 간 전쟁이

잦아 전쟁의 유산과 끔찍한 후유증을 안고 살아온 쿠시나로서는 아직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이었지만

조금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나루토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루토, 곧 생일이네. 생일 축하해.

한참 전부터 네 생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빨리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 아직 아빠한테는 비밀이지만, 엄마가 너랑 아빠 줄 목도리를 직접 뜨고 있어. 받아줄 거지?

너의 생일,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가득할 거야.

 

쿠시나가 다시 한번 배 안에 품고 있는 나루토에게 작게 축복의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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